주어진 총 예산은 1,000만원이다. 교육 프로그램의 종류가 4가지가 있는데, 제일
비싼 것 A는 100만원, 그 다음 B가 60만원, 그 다음 C가 30만원, 가장 가벼운
프로그램 D는 20만원이다. 예산 1,000만원을 다 쓰는 범위 내에서 각 프로그램을 몇
회 씩 운영해야 할 지 계획을 세워라.
단, 모든 프로그램은 모두 연간 2회 이상 운영해야 하고, 가장 비싼 프로그램은
최대 3회 이내에서 운영할 수 있고, 가장 가벼운 프로그램도 최대 30회 이내에서
운영해야 한다.
문제 분해
이런 문제가 전형적인 최적화 문제입니다. 즉, 목표치가 주어지고, 목표치와 몇
가지 제약 조건에 맞추어서 주어진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의 문제이지요. 엑셀,
구글 시트, 리브레오피스의 캘크의 "해 찾기(solver)" 기능으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목표: 연간 예산 총액 1,000만원에 맞추기
변수: A, B, C, D 프로그램의 운영 횟수 (각각 a, b, c, d라고 하겠습니다.)
제약 조건:
a, b, c, d는 모두 정수(integer)이다.
a, b, c, d는 모두 2 이상이다.
a는 3 이하이다.
d는 30 이하이다.
방정식: 100a + 60b + 30c + 20d = 1000 을 만족하는 미지수 a, b, c, d를
구하라.
미지수가 여러 개인 다항식이기 때문에 일차 방정식이지만 해가 여러 개
존재한다.
따라서, 주어진 목표값에 이르기 위한 입력값을 여러 가지로 변화시켜보는
목표 탐색 기법을 써야 한다.
엑셀의 해 찾기에 대입
엑셀 (2024년 8월 28일 현재, Microsoft 365 기준)의 '해 찾기'에 이 문제를 넣기
위해 아래와 같은 표를 만들었습니다.
목표 셀에 커서를 놓은 상태에서, 엑셀의 해 찾기를 실행합니다.
제일 위에 E7이라고 지정한 것이 목표 셀입니다. 바로 밑에서 목표 지정값으로
10,000,000원을 주었습니다.
중간에 변수들의 범위를 지정합니다. 운영 횟수, 즉 D3 ~ D6가 변수
부분입니다.
마지막으로, 특별히 제약 조건이 무엇인지 지정합니다. 예를 들면, 변수는 모두
정수이고, 2 이상이고 등 총 4가지 제약 조건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해 찾기를 실행하면, 아래와 같은 계산 결과가 나옵니다.
이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해 찾기를 실행하거나, 제약 조건을 더
추가해서 실행하면 다른 해를 찾아줍니다.
사상 최장의 열대야 기록을 깼다는 2024년 여름의 끝자락에서 지독하게 추운 겨울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혼자 살아가지 않는 우리 모두에게 돌봄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고, 그것의 무게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끝이 보이지 않은 긴 터널을 지나가는 명주와 준성의 삶은 반전은 커녕 더욱 진흙탕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왜 외면하지 않고, 돌봄을 택한 어떤 사람에게는 삶이 이렇게 힘든 것인가.
치매 걸린 어머니를 간병하며 연금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명주도, 아버지를 돌보며 젊은 시절을 송두리째 보냈지만 오히려 더 궁지에 몰린 준성도, 요양원에서 도망쳐나온 할머니도, 증평댁과 여행을 꿈꾸며 온기를 전했던 진천할아버지의 인생도 모두 소중하다. 지금껏 아버지를 돌보며 살았던 그의 인생은 무엇이었는지 준성이 묻는다. 벼량 끝에 몰려 뉴스에 나올 만한 결정을 한 그들에게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신도, 국가도, 의료 기술도, 법에서도 도와주지 않는 엉망진창인 삶의 위기에 빠진 이웃들이 어떻게 어떻게 손을 잡았다. 그들의 선택이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바닥으로 꺼져가는 인생에서 두 손을 잡고 바다에 빠지지 않으려는 그들의 몸짓에 책을 읽는 사람도 소심한 희망을 가져본다. 각자도생의 시대, 누군가는 잔혹한 현실에서 삶의 무게를 오롯이 혼자 짊어지고 간다.
온라인 설문지를 만들다보면, 한 질문에 대해 복수 응답이 가능하도록 문항을
만드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예를 들면, "지금 먹고 싶은 과일을 모두
선택하세요."라고 하면, 선택한 과일의 갯수가 0개가 될 수도 있고, 1개가 될 수도
있고, 그보다 많을 수도 있습니다.
1. 체크박스를 이용한 복수 선택 문항
이런 설문지를 만들 때, 보통은 복수 선택형 체크박스(checkbox)를
사용합니다.
이렇게 문항을 만들면 결과 데이터를 담는 스프레드시트(구글 시트 또는 엑셀 등)의
한 개의 셀에 여러 개 과일 이름이 한꺼번에 들어갑니다. 예를 들면, 셀 하나에
"사과, 수박" 이렇게 값이 들어갑니다. 설문 응답자가 여러 명일 때에, 전체 응답자
중에 "사과"라는 응답이 몇 개 나왔는지 카운트하려면 매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 텍스트 구분자(이 경우 쉼표)를 기준으로 컬럼을 잘라준 다음, 데이터
분석을 하는 방법이 있고, 그렇지 않으면, 셀 안에 있는 텍스트들을 분석하는 다소
복잡한 수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위의 그림에서 총3명의 응답을 분석해보면 사과가 2회, 딸기가 1회, 수박이 2회,
포도가 1회 나왔습니다. 과일 이름이 셀 단위로 분리되지 않았으므로, 셀 안에 있는
특정 단어를 카운트하기 위해서
3명 응답 전체의 텍스트 길이를 구합니다.
=sumproduct(len(b$2:b$4) ...
A10 셀에 있는 "포도"라는 단어가 몇 번 나왔는지 카운트하기 위해 "포도"를
제거한 전체 텍스트 길이를 구합니다.
이제 지난 18년간 기출 문제와 그 예시 답안을 모두 담은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해도
될 것 같습니다. 경영지도사 시험 문제가 공식적으로 공개된 것은
2013년부터입니다. 그래서 그 이전 자료는 응시자들의 기억에 의해 복원된
문제들입니다. 그렇게 복원된 문제들을 여러 곳에서 찾아서, 예시 답안을 작성하고,
그것을 소위 "DB화" 하였습니다.
제가 시험 준비를 하면서 수험생으로서 아쉬웠던 점이 있었습니다. 즉, 기출 문제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아서, 내가 공부하는 주제에 맞추어, 이 분야에서는
어떤 기출 문제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한 답안은 어떤 관점으로 정리하면
좋을지 바로 참조할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몇몇 학원가에서 제공하는 기출문제 풀이는 최근 몇 년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그것도 "DB화" 되어있지 않아서, 공부하는 장(챕터)에 맞추어, 관련 문제를 전부
열람하고, 풀어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문제와 문제 풀이를 (한글, 워드, 구글
독스같은) 워드프로세서에 정리해나갔는데, 주제별, 과목별, 연도별로 정리가 잘 안
되니, 활용도가 낮고, 공부하기가 불편했습니다.
대안을 찾다가, 문제와 답을 (엑셀, 구글 시트 같은) 스프레드시트로 옮기려고
했는데, 답안이 길고, 서식이 있는 리치 텍스트(rich text)여서 스프레드시트로
정리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형식의 데이터를 수용할 수 있고,
다양한 조건으로 조회(쿼리)가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로 옮기는 게 좋겠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기출문제 풀이 데이터베이스 구성
결론적으로, 로우코드 데이터베이스인 에어테이블(Airtable)에 정리를 하고, DB
구조도 몇 번 변경을 하면서 가장 적합한 형태로 바꾸어갔습니다. 18년간 문제를
모두 정리하다보니 총 324문제가 되더군요. 이것들의 답안을 정리하는 데에 엄청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수험 교재 세 권, 그리고 국가법령정보센터, 노동OK, 한국어/영어
위키피디아, 각종 블로그 아티클, 대학 강의 자료 등을 참조하고, 그래도 답을
쓰기가 애매한 경우는, 생성형 AI(제미나이, 챗GPT,
끌로드,
코파일럿 등)의
도움을 받아서 답안을 정리하였습니다. 또 문제별로 키워드를 자동 추출하기 위해
에어테이블의
AI 필드의 도움을 좀 받았으나, 제가 쓰는 요금제로 쓸 수 있는 용량이 정해져 결국에는
노가다(?) 작업으로 거의 진행했습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구성
아무리 에어테이블이 쉽게 만들어놨다고 하지만, 데이터베이스 날 것의 테이블들은
일반적인 사용자가 접근하면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 할 지 감이 안 옵니다. 그래서
사용자 인터페이스 화면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고려한 솔루션은 에어테이블 자체
인터페이스 디자이너(Interface Designer), 소프터(Softr),
노로코(Noloco)였습니다.
노로코는 기능이 세세하고 막강하여, 트라이얼 기간동안 몇 번 감탄하며 UI를
만들어봤는데, 트라이얼 기간이 끝나니, 요금이 너무 비쌌습니다. 소프터는
한국에서는 가장 알려진 도구인데, 이상하게 저하고는 잘 안 맞았는지, 제가 원하는
인터페이스를 도저히 만들 수가 없었습니다. 인터페이스 디자이너는 기능 면에서
가장 떨어지지만, 에어테이블에 네이티브하게 붙어 있어서 가장 간편하고
안정적(?)입니다.
현재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간단하게 문제 목록을 목록형으로 과목별로 조회하는
것이 주된 기능입니다. 조회할 때 기본적으로 필터, 검색, 정렬, 그룹핑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습니다. 문제 목록이 목록형으로 나오는 것이 별로 맘에 안 들면,
카드 형식으로 나오는 메뉴도 추가했습니다. 그러다가, 이왕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된
것, 주제별로 어떤 분야에서 문제가 많이 나왔는지 빈도 분석 차트도 넣어봤습니다.
이것도 처음에는 그냥 몇 개 고정형 차트로 보여주다가, 출제연도를 선택해가면서
약간은 인터액티브하게 다이나믹한 차트로 변경시켜놓았습니다.
사용자 의견 반영 실시간 업데이트
마지막으로, 종이책도 아니고 전자책(ebook)도 아닌 클라우드 기반의 시스템 장점을
살려, 사용자의 의견 제출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문제 풀이 과정에 오류, 오타,
개선점을 발견한 경우, [의견 보내기] 버튼을 눌러서 수정 의견을 내면, 제가
접수하여 오류를 재빠르게 수정합니다. 제출된 의견은 고유 티켓 번호가 붙어서 추적 관리되고, 그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그렇게 해서 기존의 출판물과 달리, 사용자
의견을 반영하여 지속적으로 품질이 좋아지고, 항상 최신 버전이 유지되는 기출문제
시스템이 됩니다.
패키징과 판매
에어테이블의 큰 단점은 소프트웨어를 패키징하여 판매하는 방법이 상당히 어렵다는
것입니다. 한 기업 내에서 엔터프라이즈용으로 사용할 때에는 접근 권한을
조정하면서 데이터와 접근 메뉴를 사용자들에게 배분하면 되는데, 일반
소비자용으로 판매하는 것은 생각할 문제가 매우 많습니다. 판매할 대상이 데이터
자체인지, 데이터베이스 구조인지, 그것의 인터페이스인지, 또는 그런 것들의
결합인지에 따라 다른 접근법을 취해야 합니다. 몇 가지 복잡한 방법들도 있지만,
결국에 찾다가 찾다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접근 권한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스마트스토어의 상품 분류를 어떻게 하느냐부터 시작해서 애매하고
잘 맞지 않은 부분이 많았지만, 현재는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상태입니다.
판매 가격
무료로 공개해볼까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닌데, 그래도 제가 여기에 투자한 시간에
대한 보상, 그리고 이 제품(프로그램)을 쓰는 사람들이 잠재적으로 얻게 되는
이득과 가치가 어느 정도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이게 단순히 기출문제
풀이집을 전자책이나 종이책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클라우드 시스템이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으로 문제들을 재구성할 수 있고, 프로그램에 새로운 기능이
업그레이드되거나, 결함이 제거되거나, 내용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됩니다. 그런
것들을 고려하여, 적당한 가격을 붙였습니다. 구독형은 아니고, 그냥 일회성 구매만
하면 됩니다.
지난 2024년 7월 6일 토요일에
경영지도사 2차 시험(인적자원관리 분야)을 보았습니다. 1차 시험은
양성과정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2024년 5월에 다행히 무난하게 통과하였습니다. 양성과정 결과 보고, 뒤늦게 교재 구입하고, 공부를 시작했는데, 절대적으로 공부
양이 부족했었습니다. 게다가 개인적인 몇 가지 일들이 시험을 1-2주 앞두고 닥치는
바람에 힘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험은 힘들고,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ㅠㅠ. (시험 결과는 2024년 10월에 발표됩니다.)
제가 그동안 Airtable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데이터로 구축해놓은 기출 문제 분석
자료의 일부를 공유합니다. 시험 문제는 인터넷을 통해 구할 수 있는 모든 소스(Q-Net 기출문제 포함)를 총동원해 2007년부터 2024년 금년도 문제까지 총 324문제(18년 * 18문제)를
대상으로 합니다. 내년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각 과목별 문제들을 출제 분야별로 나눴습니다. 출제 분야는 일단 제가 공부했던
교재의 장(chapter)을 매치시켰습니다. 어떤 문제의 경우, 해당 과목 교재에 없는
경우도 있고, 다른 과목 교재에 답이 있는 경우도 있으며, 또, 2개 이상의 장에
걸쳐있는 문제도 있습니다. 따라서 총 문제수와 총 빈도수의 총합은 맞지 않습니다.
문제의 주제 분류가 애매해서, 제가 약간은 주관적으로 주제를 매치시킨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100% 정확한 분석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세 개 과목의 모든 문제에 대해 문항별 배점까지 가중치로 준 다음, 지난 18년간 가장 많이 출제된 영역을 분석해보았습니다. 가장 누적 배점이 높았던 영역은 조직행동론의 "동기(총 420점)" 부분이었습니다. 이어서 인사 평가(350점), 임금 관리(300점, 임금관리 II와 합산시 360점), 리더십(290점) 순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노사관계론에서는 여러 영역에서 골고루 문제가 출제되었다고 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2. 인사관리
인사관리 분야에서 지난 18년간 가장 많이 출제된 영역은, "평가(evaluation,
assessment)" 영역으로 총 17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다양한 인사 평가 방법 및
특징, 평가의 오류 등 다양한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직무관리(15문제), 임금관리 I(관련 두 개의 챕터를 합할 경우 17문제로 최다
출제), 모집과 선발(11문제), 유지 및 이직관리(10문제) 순으로 출제가 많이
되었습니다.
3. 조직행동론
조직행동론에서는 압도적으로 "동기(motivation)" 분야의 문제가
다수(24문제)였습니다. 동기 관련 이론들이 워낙 많고, 암기할 요소도 정말
많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리더십(15문제), 업무 집단과 팀(14문제), 조직문화와
조직 구조(13문제), 권력/갈등/협상(12문제) 순이었습니다.
4. 노사관계론
노사관계론은 저에게 제일 공부하기 어려운 과목이었습니다. 법률에서 사용하는
표현 방식이 아직도 익숙하지가 않아서, 사용된 단어(즉 워딩)를 그대로 암기하는
방식이 낯설었습니다. 제일 많이 출제된 분야는 바로, "협력적 노사관계"로
13문제였습니다. 다시 말해 근로자가 경영에 참가하는 여러 가지 방식에 대한
문제들이죠. 이어서, 임금(11문제), 단체협약(11문제), 쟁의행위(11문제), 대립적
노사관계(10문제) 순이었습니다. "임금"은 인사관리 과목과 노사관계론을 합쳐서
생각해보면 인사관리에서 17문제 + 노사관계론에서 11문제가 되어 임금 관련 문제는
28문제로, 경영지도사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단일 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눈 떠보니 선진국』을 읽고 나서 같은 작가가 쓴 『박태웅의 AI 강의』도 꼭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생성형 AI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대학원에서 신경망 배울 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팠어야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때는 소위 인공지능의 겨울이었던 시기여서, 인공지능이 이렇게 느닷없이
성능이 좋아지고, 능력을 갖추게 되리라고 예상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서점에 가보아도, 챗GPT에 대한 책들이 넘쳐납니다. 많은 책들이 이것을 어떻게
잘 활용하여, 나의 업무 생산성을 극적으로 높일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좀
더 부정적으로 표현하면, 그럴듯한 콘텐츠를 빠르게 만들어서
인터넷 세상을 오염시키는 방법에 대한 글과 영상들은 이미 넘쳐납니다.
그런 와중에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더 나아가 인공일반지능(AGI)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거시적인 영향과 파급 효과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보고,
이면에 숨어있는 위험을 인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박태웅의 AI 강의』는
이해하기 쉽게 쓰여져 있지만, 진지하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전체 다섯 개의 장(1강~5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장 핵심적인 것은 저는 3강,
열려버린 판도라의 상자였다고 느꼈습니다. 오픈AI의 샘 알트먼은
"인공일반지능이 만약에 고장나면 무엇인가 다른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특정 회사가 이런 AI를 소유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했지만, 정작
요즘 오픈AI의 행보는 갈수록 "클로즈드" AI로 향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 결과가
나오는지 설명할 수 없는 요즘의 AI는 원하지 않는 결과(편향되었거나,
차별적이거나, 허위이거나, 개인 정보를 침해하거나 등)가 나왔을 때, 그것을
고치는 방법도 근본적으로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스카이넷이 인간을 공격하게 되는 상황까지는
상상하지 않더라도, 현재의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인해 판도라의 상자가 이미
열렸고, 이것에 대해 전사회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어떤 미래가 올 지
알 수가 없습니다.
소셜 미디어(인스타그램)를 사용하는 정도와 미국 소녀들의 자살률 증가가 높은
상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메타의 과학자들은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에 의해 우리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과 에코 체임버(echo
chamber)에 빠져 있을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정치적인 극단주의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거대 기업에 의해 움직이는 소셜 미디어의 부작용에도
우리는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생성형 인공지능의 부작용에
대해 지금부터 고민하고 대처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2020년 구글에서 인공지능 윤리를 연구하다 해고당한 팀닛 게브루(Timnit
Gebru)가 쓴 논문, <확률적 앵무새의 위험에 대하여: 언어 모델은 너무 커져도
좋을까?>에서 지적한 네 가지 위험성이 있습니다. 심리학자 개리 마커스도
비슷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첫째, 거대 언어 모델을 운영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재정적 비용과, 매우 많은
양의 전기, 탄소, 물이 소비됩니다. 그리고 지구상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지역에
가장 크게 타격을 줍니다.
둘째, 이 언어 모델 안에 어떤 편견과 왜곡이 들어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
모델에는 인터넷에서 영향력이 작은 국가와 민족의 내용은 누락되고, 부유한
국가의 관행은 더 많이 반영되어 모델이 생성한 답이 동질화될 수
있습니다.
셋째, 연구의 기회 비용입니다. 그럴 듯한 답을 내놓는 거대 언어 모델에
대부분의 연구비가 집중되어, 더 필수적이고 중요한 과제에 자원과 예산이
배분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네 번째는 잘 알려진 환각(hallucination)의 문제입니다.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허위 정보, 가짜 뉴스, 딥 페이크를 구분하고,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뚜렷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 책에서는 오리지널의 실종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텍스트를 기반으로
그럴듯하게 생성된 이미지들이 인터넷 세상을 도배하고, 인공지능이 생성한
그럴듯한 글들이 꽉차게 되면, 이제 인공지능은 더 이상 학습할 오리지널
데이터가 부족해지게 됩니다. 그렇게 했을 때, 인공지능의 성능은 점점 더
나빠진다고 합니다. 인터넷 세상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콘텐츠가 넘쳐나는 열린
세상이 아니라, 유사한 이미지와 자가 복사된 글들로 채워지는 닫힌 세계, 근친
교배로 다양성이 상실되는 세계가 될지도 모릅니다.
여섯 번째, 차별의 재생산입니다. 논란이 되어 폐기되었던 아마존의 인공지능
채용 시스템, 골드만 삭스의 인공지능 신용평가 시스템, 컴퓨터 비전의 발전에
혁혁한 기여를 하고 있는 이미지넷 등이 예로 언급되었습니다. 이런 시스템에
내재한 성차별, 인종차별, 기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차별적 패턴을
인공지능이 학습하여 차별은 확산되고 재생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럽 연합은 2019년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미국은
「알고리듬 책무법안 2022」, 우리 나라는 「AI(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뢰할 수 있고, 위험하지
않은 인공지능을 위해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아서 사회적인 합의와
대책을 잘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와튼 스쿨의 조직심리학 교수인 애덤 그랜트(Adam Grant)는 내가 매우 좋아하는 저자이다. 그의 책 『오리지널스』를 읽고 느꼈던 충격과 감동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쓴 다른 책들도 모두 읽어보아야 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오래되었다. 최근에 나온 『기브앤테이크』나 『히든 포텐셜』을 읽어보기 전에, 먼저 나왔던 『싱크 어게인』을 읽어보았다.
역시 풍부한 생각할 거리들을 제공해주었고,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믿음, 선입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무엇이 실수였을까 회상해보게 되었다.
네 가지 마인드셋이 나온다.
앞으로 내 믿음이 위험해질 때 과도한 설교에 의존하는 '①전도사'나, 남의 잘못만 따지고 드는 '②검사', 상대를 설득해서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 정치 공작에 뛰어드는 '③정치인'의 방식으로는 내 자신의 업데이트와 상대방이 있는 설득, 협상, 토론, 논쟁의 현장에서도 잘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잘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기존에 알고 있었던 것을 다시 의심해보며, 새로운 사실과 데이터를 접할 때마다 기존의 믿음을 수정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④과학자'의 마인드를 갖추어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믿음 체계 또는 행동 양식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 것들이 있다. 그 중에는 후회스러운 지나간 일들도 있고, 앞으로는 다르게 행동하기로 마음먹은 것들도 있다.
첫째, 나의 전공과 나의 적성, 흥미를 한 곳에 가두고, 다시 생각하기에 실패했다. 나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인지심리학(조금 좁혀서 말하면, 지각심리학)을 공부했다. 그런 선택을 한 배후에는, 인간을 과도하게 "자연 과학"의 연구 대상으로 바라본 나의 편협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좀 더 "부드러운" 과학이랄 수 있는 인문학, 사회학, 상담 심리학, 사회 심리학에 대해서마저 눈과 귀를 상당히 닫아버렸다. 옳고 그름이 흑백 논리로 규정되지 않는 인문학적 사고의 깊이와 그 즐거움을 조금이나마 깨닫게 된 것은 한참 나이가 든 이후였다.
둘째, 첫 번째 언급했던 전공의 연장선에서, 나의 커리어를 발전시켜 나감에 있어서, 다시 생각하기를 통한 확산과 수렴을 적절하게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직장 생활 초창기에 흥미를 가지고 더 발전시켜나가고 싶은 나의 전문성은 "온라인 교육", 소위 말하는 "이러닝"이었다. 그런데, 나의 정체성을 그것과 동일시한 나머지 일종의 몰입의 상승 효과(escalation of commitment)를 통한 터널 시야(tunnel vision)에 빠졌던 것 같다. 회사에서 나의 커리어를 수평 확장할 기회(예를 들면, 회사의 중장기 경영 전략 수립, 변화 관리 에이전트 등)에 소극적으로, 또는 자신감 없이 임하게 되었다. "이러닝"은 나중에 "디지털 러닝", "소셜 러닝", 관련된 "웹 접근성 기술" 등으로 조금씩 변형되어 갔지만, 큰 틀에서 나는 다시 생각하기를 통한 변화를 이루지 못했다.
커리어와 관련되어 아이에게 "너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라는 어리석은 질문도 이제 하지 않으려고 한다. 아이는 아직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시시각각 변해가는 사회와, 또 본인의 흥미, 관심, 목표가 계속 바뀔 것이고, 서서히 발견해나갈 것이다. 인공지능이 직업의 세계를 앞으로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알지 못하는 우리가, 어떻게 벌써부터 "나는 무엇이 될거야"라고 단정하며, 다른 가능성의 세계를 닫아버릴 수 있겠는가. 그리고, 무엇이 "되는 것"은 궁극의 목표가 아니다. 변화에 적응하며, 끊임없이 다시 생각하고, 다시 업데이트하며 행동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니까.
세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직장에서 다른 사람을 대하는 나의 태도이다. 초급 리더가 되었을 때, 나는 그동안 봐왔던 선배 리더들의 잘못을 답습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과도하게 쏟았다. 그런데 그것이 "착한" 리더가 되는 것과 동의어는 아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또, 나의 생각에 대해 비판적으로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을 적절한 도전 네트워크(challenge network)로 온전히 활용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의식적으로는 열린 마음과 겸손함을 갖추려고 계속 다짐했지만 쉽지 않았다. 나의 행동과 결정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것을 나의 정체성에 대한 비난으로 판단하고, 더 마음을 닫아버렸던 것은 아닌가 하고 후회한다.
네 번째,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다. 나는 정치적인 성향은 비교적 뚜렷했다. 그런 시각으로 다른 한 쪽 정치 집단을 바라보면 상대방은 "바보 멍청이" 아니면, "악마" 둘 중의 하나로 보인다. 어떤 한 사람을 "악마"로 규정하면, 그 사람의 모든 행동은 악한 행동이 되고, 좋아 보이는 행동의 기저에도 "저의"나 다른 "음모"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일말의 협상과 타협과 토론의 가능성도 닫혀 버린다. 물론 이런 시각을 나의 일상에서 적극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편향이 일상에서도 조금씩 베어나왔고, 그런 이유로 주변 사람들을 정상적인 "대화"의 상대로 잘 인정하지 않았던 속내가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책에서는 협상과 설득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은 내용이 할애되어 있다.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은 협상과 설득에서도 상대방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한다. 최근, 점점 더 물러설 수 없는 전면전으로 가고 있는 의사 집단과 정부의 갈등을 바라보며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양쪽 모두 상대방을 협상 가능한 파트너로 바라보고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노선의 선명성과 극단성이 상대방을 포기하게 하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은 잘못된 것이다. 노련하고, 유연한 파트너라면, 사안을 단선적으로 보지 말고, "복잡성"을 인정하고, 파고들며, 그 안에서 솔루션을 함께 찾아야 한다.
최근에 어떤 필요에 의해서, 내가 과거에 끔찍하게 싫어했던, 회계학과 법률 관련 책을 보고 있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공부해야 하는 과목인데, 내가 좋아하는 과목보다, 이 두 개의 과목에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그렇게 싫어하던 영역에도, 깊이있는 "논리"가 있고, 인간 삶을 반영한 "복잡한" 체계가 있으며, 그것을 발견해가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 물론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에서 말하듯이 이제 출발점에서 쪼~끔 맛을 본 무식한 사람이 많이 아는 것처럼 착각하게 되는 것을 경계하려고 의식적으로 신경을 쓴다.
독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즐거움을 준다. 하나는,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믿음 체계를 더 강화해주고, "그럼 그렇지"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을 강화해주는 즐거움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내 생각이 좁았거나, 틀렸거나, 대폭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즐거움이 없다면, 독서를 할 필요가 없다. 이제 50이 넘어서 결코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앞으로 기존의 믿음을 계속 업데이트할 수 있는 두 번째 즐거움을 주는 독서를 계속 해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