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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5

달러(외화) 투자 관리 시스템 "외화드림 Lite"

이 글의 목차


1. 개발 배경

해외 주식 거래를 위해, 또는 해외 여행을 준비하려고 외화를 보유하신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 토스뱅크를 비롯해 환전 수수료를 거의 무료로 제공해주는 곳이 많아지고 있어서, 외화 투자하기가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외화 투자를 하다보면, 매수했을 때의 환율과 매도했을 때의 환율을 기록해서 손해보지 않고 팔았는지 잘 관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환율이 1300원일 때 USD2.00를 구매했다가, 환율이 1350일 때 USD1.00을 팔면 50원 이득이 생깁니다. 그러다 환율이 1400원일 때, 나머지 USD1.00을 팔면 100원의 이득이 생깁니다. 

박성현님의 달러 투자 관련 노하우(세븐 스플릿 투자)를 알게 되고, 저도 외화 구입(매수)과 매도를 몇 번 하다 보니, 위와 같이 한 번에 매수한 것을, 여러 번 나누어 매도할 때, 이것을 마땅히 관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박성현님이 만든 달러리치라는 앱이 있긴 한데, 모바일용 앱이다 보니, 데스크톱과 같은 넓은 화면에서 여러 가지를 한 눈에 보고 작업하기가 좀 까다로웠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구글 시트로 내역을 관리했었습니다. 그런데, 매수한 것을 여러 번에 나누어 매도할 때, 매수와 매도를 이어주는 것이 좀 복잡했습니다. 그래서 에어테이블(Airtable)이라는 맥가이버 칼 같은 데이터베이스 도구를 이용해 시스템을 만들어봤습니다.

외화드림 Lite의 한 화면
외화드림 Lite의 실행 화면

2. 주요 기능/특징


외화드림 Lite 는 무료로 제공되며, 다음과 같은 주요 특징이 있습니다. 
  • USD, EUR, JPY 등 총 17개의 외화를 사거나 판 내역을 관리합니다.
  • 데스크톱과 모바일에서 사용 가능합니다.
  • 매수한 항목에는 고유 번호가 붙어, 나중에 매도할 때 해당 매수 번호를 전액 또는 일부 매도할 수 있습니다. (분할 매도)
  • 매수만 하고 아직 매도하지 않은 매수 항목은 현재 환율에 비추어 얼마나 수익이 날지 예측해 금액, 수익률, 색깔로 보여줍니다.
  • 매도 완료한 항목도 해당 항목의 수익, 수익률, 색깔을 보여줍니다.
  • 두 가지 UI가 제공됩니다: 
    • 데이터 뷰 UI (에어테이블에 익숙한 경우)
    • 인터페이스 UI (에어테이블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 현재 투자 현황, 지금까지 투자 내역을 차트로 요약해서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 현재 환율은 사용자가 직접 수동으로 업데이트합니다.
  • 에어테이블에 무료 또는 팀 회원 가입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 개별 사용자 요구에 맞추어 본인이 무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합니다.

다음은 외화드림 Lite가 할 수 없는 것입니다.

  • 이 프로그램은 직접 매매하는 프로그램이 아니고, 매매 기록을 관리만 합니다. 매매는 은행, 증권사를 통해서 직접 하셔야 합니다.
  • 최신 환율은 사용자가 직접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 매수, 매도 타임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판단하셔야 합니다.
  • 자동 매매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3. 설치 방법

설치하기: Copy base를 눌러서 자신의 Airtable 계정에 복사본을 만듭니다.
외화드림 Lite 설치 방법
  • 에어테이블에 무료 또는 팀 회원으로 가입니다. (이 링크로 가입하시면 저에게 크레딧이 조금 쌓입니다^^.)
  • 외화드림 Lite 에 접속합니다.
  • 화면 위쪽 외화드림 Lite 라는 베이스 이름 옆에 ⧉Copy base 링크를 눌러서 내 에어테이블의 워크스페이스로 베이스를 복사합니다. 
  • 복사한 베이스에서 작업할 수 있습니다.
  • 들어있는 예시 데이터는 참고하시고, 실제 사용 전에 모두 삭제하고 사용합니다. 
  • 데스크톱에서는 외화드림 Lite (데이터 화면), 외화드림i (인터페이스 화면)의 두 가지 인터페이스가 제공됩니다.
  • 모바일에서는 앱을 먼저 설치하셔야 합니다. 안드로이드용 Airtable, iOS용 Airtable
    • 모바일에서 홈화면에 외화드림 Lite를 추가해놓고 쓰시면 더 편합니다.

4. 사용법/매뉴얼


외화드림 매뉴얼
간단한 외화드림 매뉴얼을 노션으로 만들어놨습니다.

5. 프로 버전에만 제공되는 기능


  • 스크립트와 절대 URL이 있는 폼(form)을 개별 사용자에 맞게 수정 및 설치하는 작업을 도와드립니다. (원격 접속 또는 대면 접촉을 통한 지원)
  • 외부 환율 사이트와 연동해 현재 환율을 정기적으로 자동으로 업데이트해줍니다. 
  • 업데이트되는 환율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 수동으로 직접 업데이트하거나, [업데이트] 버튼을 눌러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 매수 항목을 확인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매도] 버튼을 눌러 매도 진행이 가능합니다.
  • 매수, 매도 등 진행할 때, 현재 환율, 오늘 날짜, 연관된 매수 항목 등이 기본값으로 주어져서 편리하게 입력할 수 있습니다.
  • 캘린더와 타임라인으로 투자 내역(일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수익이 나는 항목과 손해가 나는 항목을 레코드 색상으로 구분해줍니다.
  • 환율 변환 계산기가 추가됩니다.
  • 프로 버전은 유료(가격 미정)이며, 제 개인적으로 테스트중입니다. 
  • 미래에 출시될 버전 2에서는 사용자가 에어테이블에 가입하지 않고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중입니다. 

6. 주요 화면 예시


화면 속의 데이터와 Lite 버전에 들어있는 데이터는 실제 데이터가 아닌, 예시 데이터입니다.

데이터 화면 - 매도 내역 (외화 종류별)
데이터 화면 - 매도 내역 (외화 종류별)

데이터 화면 - 매수 후 매도 완료한 내역(외화 종류별)
데이터 화면 - 매수 후 매도 완료한 내역(외화 종류별)

데이터 화면 - 매수 내역(아직 매도하지 않은 것)
데이터 화면 - 매수 내역(아직 매도하지 않은 것)

데이터 화면 - 투자한 외화 종류별 기대 차익 조회. 현재 환율 조회 및 수정도 가능
데이터 화면 - 투자한 외화 종류별 기대 차익 조회. 현재 환율 조회 및 수정도 가능

인터페이스 화면 - 누적 수익 현황 자료. 월별, 일별 수익 차트
인터페이스 화면 - 누적 수익 현황 자료. 월별, 일별 수익 차트

인터페이스 화면 - 매수 내역 전체 (매도 완료한 것 + 매도 안 한 것)
인터페이스 화면 - 매수 내역 전체 (매도 완료한 것 + 매도 안 한 것)

인터페이스 화면 - 매수 현황 (아직 매도 안 한 것)
인터페이스 화면 - 매수 현황 (아직 매도 안 한 것)

인터페이스 화면 - 현재 투자 현황 차트, 예상 손익 차트
인터페이스 화면 - 현재 투자 현황 차트, 예상 손익 차트

인터페이스 화면 - 환율 갤러리
인터페이스 화면 - 환율 갤러리

인터페이스 화면 - 환율 업데이트
인터페이스 화면 - 환율 업데이트

2024-02-13

『아픔이 길이 되려면』 아픔에서 배워야 하는데

2022년 10월 29일 서울 도심 번화가인 이태원에서 159명이 목숨을 잃은 믿을 수 없는 참사가 일어났다. 2014년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의 기억이 아직 서늘하게 남아있는 상태에서 다시 한 번 큰 충격과 슬픔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그 사건은 현재도 끝나지 않은 진행형이다. 대통령은 끝내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재발 방지를 하자는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아픔이 길이 되려면: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김승섭 교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2017년에 나온 책이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재난, 쌍용자동차 대량 해고 사건, 이민자나 성 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건강,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의 이황화탄소 중독 사건, HIV 감염자에 대한 차별, 총기 규제와 살인 사건 빈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 삼성반도체 "클린룸"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 1995년 시카고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모두 일정 정도 사회적인 원인으로 인해 개인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았던 사례들이다. 한 개인이 감당해야 했던 신체와 정신건강의 위협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매우 컸고 일관적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저자의 주장이 아니라 데이터로 모두 뒷받침되어 보여주었다. 

김승섭 교수는 사회역학자이다. 한 개인의 건강, 질병과 그 사회의 여러 가지 요인들의 관계를 찾아서 밝혀내는 역할을 한다. 기존의 의학이 개인을 둘러싼 생리학적 원인과 임상 데이터로 설명하거나 치료하지 못하는 부분의 질병과 심리적인 고통에 대해 사회환경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명력을 더해주는 것이 사회역학이다.

책에 따르면, 사회적 안전망과 패자부활 기회가 빈약한 상태에서 고용 불안과 해고가 개인의 건강에 큰 악영향을 준다고 한다. 이렇게 개인이 사회적 도움의 손길이 부족한 상태에서 경제적 위기를 겪을 때, 결국 극단적인 선택까지도 연결될 수 밖에 없다. 불행히도 최근(2020년)까지도 우리 나라의 인구 10만명당 자살율은 24.1명으로 OECD 국가 중에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살율이 급격히 증가한 시기도 IMF 구제 금융, 카드 대란, 글로벌 금융 위기와 같이 경제 위기와 연결되어 있다. 사회경제적인 위기에 취약한 개인들이 극단으로 내몰리며,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또 죽음으로 연결된다면, 그 개인으로서도, 그리고 우리 사회로서도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다. 

아픔을 겪은 개인에 대해 이웃과 사회는 어떻게 이해하고, 공감을 하고, 도움을 주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이 겪었던 상처와 아픔이 개인마다 다 다르고, 그것을 단순한 보상, 몇 번의 심리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할 일을 다 했다고 할 수는 있을까? 그들의 아픔을 공감해주고, 비를 피할 수 있는 우산을 줄 수 없다면, 같이 비를 맞아주는 것이 건강한 사회가 해야 할 일이라는 김승섭 교수의 글에 밑줄을 긋는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가 지혜롭지 못해 발생한 어처구니없는 원인으로 인해 생긴 아픔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그 아픔으로부터 새로운 길을 만들고,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과연 우리는 아프지 않고 건강한 사회를 위한 새로운 길을 잘 만들고 있는 것일까? 저자와 같은 분이 우리 사회에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고 감사할 따름이다.

2024-01-31

온 가족 연금저축 계좌 만들기, 연금저축의 혜택 세 가지

1. 들어가는 말

1.1. 노인 빈곤의 문제

우리 나라는 노인의 빈곤율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2023년 12월 19일 기사에 의하면, 2020년 기준, 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66살 이상 노인 빈곤율(가처분 소득이 전체 인구 기준 중위소득의 50% 이하)은 세계 최고입니다. 2009년 오이시디가 노인 빈곤율을 공개한 이후 해마다 1위를 했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우리 나라 정부의 공적 연금 지출이 정부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보나, 국내 총생산(GDP) 대비로 보나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노인 빈곤은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소득이 있을 때, 공적 연금과 함께 개인 연금으로 미리미리 준비해야 합니다.(이미지 생성: Microsoft Designer Image Creator)
노인 빈곤은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소득이 있을 때, 공적 연금과 함께 개인 연금으로 미리미리 준비해야 합니다.(이미지 생성: Microsoft Designer Image Creator)


1.2. 사적 연금

공적 연금(국민연금, 공무원 연금, 기초연금 등)의 보장 범위가 이렇게 빈약하므로, 어쩔 수 없이 개인이 사적 연금으로 과도하게(?) 대비를 해야 합니다. 노인이 되어 빈곤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이죠. 

사적 연금 중에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는 대개의 경우, 재직중에 가입하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퇴직을 하면서 퇴직금을 수령했다면 많은 분들이 계좌를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것을 제대로 운용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만.

2. 연금저축, 지금 시작하세요

개인이 준비할 수 있는 연금은 IRP 말고도 연금저축이 있습니다. 

저는 은행 예금, 적금만 평생 해왔다가, 50세가 넘어서 이제야 연금저축을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 관심이 없었고, 너무 늦었죠. 그리고 바로, 40대인 아내와 10대인 아이도 뒤늦게 연금저축 계좌를 개설하였습니다.

현금을 저축하는 것만으로는 이자율이 물가 상승율을 따라잡지 못해, 돈을 계속 까먹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뒤늦게 저축이 아닌 "투자"를 하기로 마음먹고, 차근차근 관련 지식들을 접하면서 제가 배운 연금저축에 관한 이야기를 최대한 쉽게 풀어봅니다.

2.1. 연금저축의 목적과 취지

소득이 줄거나 없어진 노후의 생활 보장, 생활 안정을 목적으로 합니다. 즉, 소득이 있는 젊은 시절에 장기간 꾸준히 납입하면서 다양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은퇴 후(55세 이후, 5년 이상 가입 후)에는 연금 수령이 가능합니다. 

2.2. 연금저축 가입 자격

국내 거주자로서 가입 자격에 제한이 없습니다. 직장인이 아니어도 되고, 미성년자여도 됩니다. 그래서 아내와 아이 계좌도 만들었습니다. 

2.3. 연금저축 계좌 만들기

연금저축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 연금저축 보험: 보험사에서 가입
  • 연금저축 펀드: 증권회사에서 가입
  • 연금저축 신탁: 은행에서 가입 (2018년부터는 신규 가입이 중단되었습니다.)
신탁은 신규 가입이 중단되었으므로, 남는 것은 보험과 펀드인데, 보험은 성격이 좀 다릅니다. 그래서 연금저축 펀드를 만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름에 "펀드"가 들어가 있어서 좀 헷깔리는데, 주식, 펀드 등 각종 투자 상품을 운용할 수 있는 기본 계좌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는 기존에 거래하던 증권사가 딱히 없어서, 2023년 좋은 증권사 순위를 참조하여 하나를 골랐습니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영업점 방문 없이, 휴대폰과 신분증만 있으면 모바일 앱으로 계좌 개설이 가능합니다. 

2.4. 연간 납입 한도

연금저축 계좌와 IRP를 모두 합산하여 연간 1,800만원까지 입금할 수 있습니다. 혹시나 계좌가 여러 금융 기관에 있다면, 모든 계좌 합산하여 연간 1,800만원까지 납입 가능합니다. 연금 수령 이후에는 추가 납입이 불가능합니다. 

2.5. (왕초보자를 위한) 주식계좌 개념

부끄럽게도, 저는 투자라는 것을 50세가 넘어서 사실상 제 손으로 처음 해봤습니다. 주식은 어디서 어떻게 사고, 어떻게 파는지도 전혀 몰랐습니다. 처음으로 증권사의 트레이딩 프로그램 MTS(Mobile Trading System)를 설치하고, 우여곡절 끝에 들어가봤는데, 여러 화면을 봐도 영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증권사에서 만든 주식 계좌는 은행의 예금 통장과 좀 다릅니다. 계좌에 돈만 넣으면 끝이 아니라, 어딘가에 투자를 해야 됩니다.
  • 처음에 현금을 주식 계좌에 입금하면, 현금이 임시로(?) 계좌에 보관되게 됩니다. 이것을 예수금이라고 합니다. 
  • 예수금 범위 내에서 투자 상품(예: 주식, 채권, 펀드 등)을 사면(매수하면), 예수금이 줄어듭니다. 
  • 나중에 투자 상품을 팔면(매도하면), 다시 예수금이 늘어납니다.
  • 예수금으로 아무런 상품도 사고 팔지 않으면, 계좌를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3. 연금저축의 제도적 혜택

투자를 조금이라도 하고자 한다면, 최우선적으로 연금저축 계좌를 연간 납입 한도인 1,800만원만큼 꽉 채우고, 그 다음에 다른 계좌를 이용하기를 권해드립니다. 일반 주식계좌에 비해서 매우 큰 혜택이 있습니다.

3.1. 세액 공제 (2024년 1월 현재)

연금저축 납입 금액 중에 600만원까지는 세액 공제가 됩니다. (본인의 소득 수준에 따라 소득 공제는 세금을 매기기 전단계에서 소득 중에 일부는 없는 것으로 치고 세금 계산을 하겠다는 뜻입니다. 반면, 세액 공제라는 것은 이미 내야 할 세금(결정세액)이 산출되었는데, 그것을 직접 깎아주는 것입니다. 


IRP와 합산해서는 총 900만원까지 세액 공제가 됩니다. 그 말은 900만원 납입시, 기타소득세에 부과하는 세율인 16.5%를 공제해줍니다. 그 말은, 총 148만5천원을 연말정산시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근로소득이 5천5백만원 초과 또는 종합소득금액 4천5백만원 초과하는 분들은 공제율 13.2%를 적용받아 최대 118만8천원을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연금저축의 세액 공제 혜택
근로소득자 총급여 5,500만원 이하 5,500만원 초과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자 4,000만원 이하 4,000만원 초과
공제 대상 금액 한도 600만원 (IRP 합산시 총 900만원)
공제율 16.5% 13.2%
최대 공제금액 1,485,000원 1,188,000원

3.2. 과세 이연

은행 예금에서 이자 소득이 생기면, 15.4%의 이자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이자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연금저축에서 이자 소득이 발생하면, 연금수령 때까지 세금을 미루어줍니다. 이것을 과세 이연이라고 합니다. 그 말은, 이자 소득을 포함해서 꾸준히 재투자하면, 훨씬 빨리 목돈을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3.3. 저율 과세 및 분리 과세

가입 후 5년 이상 납입하고, 55세부터 연금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이 때에도 계좌에서 세액 공제를 받지 않은 납입액에 대해서는 과세되지 않습니다. 이미 세액 공제를 받은 납입액과 운용수익에 대해서는 나이에 따라 연금소득세율(3.3%~5.5%)을 적용받습니다. 이것은 일반 소득세율 16.5%보다 훨씬 낮은 세율입니다. 다만, 연금소득 총액이 연 1,200만원을 넘어갈 때에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됩니다. 

연금 외로 수령할 경우에도 소득세를 한 번 원천징수하면 과세 의무는 끝이며, 더 이상 종합소득에 합산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분리과세 혜택이라고 하네요.

연금 수령시 혜택
구분 세액공제받은 납입액, 운용수익 세액공제받지 않은 납입액
연금 수령시 연금소득세 3.3%~5.5% 원천징수
1,200만원 초과시 종합과세
과세하지 않음.
연금 외 수령시 기타소득세 16.5% 원천 징수
분리과세
부득이한 사유로 연금외 수령시 연금소득세 3.3%~5.5% 원천징수
분리과세

연금 수령 연령에 따른 소득세율
연금 수령 나이 연금소득세율
55세 이상 ~ 70세 미만 5.5%
70세 이상 ~ 80세 미만 4.4%
80세 이상 3.3%

이상으로 제가 연금저축 계좌에 대해서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봤습니다. 온 가족이 다 계좌를 만들어도 되니, 가까운 곳에 알아보시고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세요.



2024-01-23

눈 떠보니 선진국? 후진국?

예전에 LG전자와 현대자동차에 다닐 때에 해외 현지채용인 대상 교육 업무를 많이 하였습니다. 그래서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또는 여러 나라 사람들이 본사가 있는 우리 나라로 오기도 하면서 많은 나라의 사람들을 만나보았습니다. 특수한 경우였습니다. 대한민국에 뿌리를 둔 회사, 즉 우리 나라에 본사가 있으니, 현지채용인들은 본사를 특수하게 바라봅니다. 즉, 본사의 방침, 정책, 비즈니스 프랙티스가 기준이 되며, 해외에도 이를 적용하려고 하게 됩니다. 그 때마다 몇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 본사가 있는 우리 나라에서 만든 정책과 규칙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할 수 있는가?
  • 우리 나라의 비즈니스 프랙티스는 다른 나라가 부러워하고, 참고할만한 것인가?

우리 나라의 비즈니스 방식을 매우 존경스럽게(?) 바라보며 어떻게든 배우려고 애를 쓰던 나라로 중국과 인도가 떠오릅니다. 어떤 문제에 대해 본사에서는 이렇게 해결했다는 사례가 마치 최고의 솔루션인 것처럼, 중국과 인도 직원들은 열심히 필기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반면에 소위 말하는 서양(북미와 유럽)의 직원들은 대체적으로 본사의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이 사뭇 달랐습니다. 저는 본사의 프리미엄을 가지고 사람들을 만났지만, 대한민국이라는 개발도상국에서 전 세계에 통하는 스토리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항상 고민이었습니다. 


눈 떠보니 선진국. 앞으로 나아갈 대한민국을 위한 제언. 박태웅 지음.
눈 떠보니 선진국. 앞으로 나아갈 대한민국을 위한 제언. 박태웅 지음.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대한민국을 List A(개도국)에서 List B(선진국)로 지위를 변경했습니다. 유엔무역개발회의가 설립된 이래 최초로 지위 변경이 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합니다. 그 밖의 여러 가지 지표로 보아도, 대한민국을 선진국이라고 분류해도 무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눈 떠보니 어느덧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박태웅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의 『눈 떠보니 선진국』은 이렇게 급격하게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한 대한민국이 건너뛴 근대화의 몇 가지 요소들을 짚어주고 있습니다. 압축 성장하며 급격하게 선진국의 요소들을 갖추게 된 우리 나라가 이제는 건너뛴 근대화 과정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 성찰하고 있습니다. 

2021년 8월, 즉 문재인 정부 말기에 책이 출간되었으나, 2024년 1월 현재 보면 더 뼈아픈 지적들이 많이 있습니다. 책에서 언급한 것 중에 두 가지만 적어봅니다. 

신뢰 자본

선진국이라고 우리가 부러워했던 유럽 국가들에 가보면 의외로 소매치기가 많습니다. 그리고, 차량 안에 귀중품을 그냥 놔두면, 쉽게 차량을 파손하고 귀중품을 가져가는 범죄가 생각보다 많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카페에 노트북을 펼쳐놓은 채로, 화장실도 가고, 자리를 비우는 사람들을 가끔 보게 됩니다. 어딘가에 지갑을 놓고 왔는데, 시간이 꽤 지나서 찾으러 가도 안전하게 지갑이 남아있었던 경험도 가끔 하게 됩니다. 기차를 타기 위해 기차표를 검사하는 사람도 없고, 검표하는 게이트도 없이 바로 차에 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회에 축적된 신뢰가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신뢰는 정말 자랑스러워할 만한 자산입니다. 신뢰가 없었다면 모든 사람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합니다. 신뢰를 저버린 범죄에 대해서는 단호한 제재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큰 금액의 횡령을 저지른 재벌 총수나, 큰 금액의 뇌물을 받은 정치인이나, 큰 규모로 주가 조작을 저지른 사람들이 집행유예를 받거나, 금방 사면을 받는 것을 많이 보게 됩니다. 뭇사람들이 쌓아놓은 일상의 신뢰가 커다란 권력형 범죄와 송방망이 처벌에 의해 무너집니다. 『권력의 심리학』에서도 말합니다. 권력자가 다른 모든 사람을 범죄자로 간주하고 바라보는 판옵티콘을 사회에 적용할 게 아니고, 부패의 가능성이 높은 권력을 향해 뭇사람들이 감시의 눈을 거두지 않아야 합니다. 


데이터 공개

우리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공 데이터 지수에서 2015년, 2017년, 2019년에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디지털 전환, 나아가 인공지능의 시대에 데이터는 산업화 시대의 석유와 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국 규모의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생산하는 주체라고 할 수 있는 국가, 정부에서의 데이터 공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정부 기관에서 공개하는 데이터는 한/글(아래아한글) 형식으로 된 것들이 많습니다. 또, 숫자가 가득한 예산표, 비용 집행표가 그냥 PDF로 공개되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을 사람이 보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데이터는 기계가 읽을 수 있어야, 기계가 처리를 하고, 가공을 하여 새로운 데이터나, 의미있는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데이터법 정보 모델 스키마(DATA Act Information Model Schema: DAIMS)가 있어, 예산 보고서를 기계가 처리할 수 있도록 공개된, 표준 포맷을 지정해놓았다고 합니다. 우리도 데이터가 분석 가능한 형식으로 공개가 되면, 정책의 기획, 실행, 평가 단계에서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민간 연구소나 기업들이 데이터를 분석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에는 그 밖에도 우리가 급하게 건너 뛰면서 놓쳐버린 선진국의 요소들을 잘 간파하고, 일부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견제와 균형이 없는 권력(검찰 권력, 판사 조직, 일부 공무원 조직 등)에 대한 문제점, 문제를 정의하지 않고 해결하려는 시도들, 정부 재정 정책에 대한 제언,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교육 등 다양한 이슈들이 나옵니다. IT 현자라고 불리우는 저자의 문제 정의 능력이 돋보이는 책이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고, 생성형 AI가 세상을 뒤바꿔버린 2024년 현재 시점에서 보아도 매우 유용합니다. 정부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2024-01-17

퇴직 후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지역보험료)를 줄이는 최우선 방법 - 임의계속가입제도

퇴직/퇴사 후 건강보험료가 걱정이시죠?


직장에 다닐 때에는 월 급여(보수 월액) 기준으로 회사와 반반씩 나눠서 내던 건강보험료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퇴직/퇴사 후 지역 가입자로 전환이 되면 이제 보험료 전액을 오롯이 혼자 부담해야 합니다. 그래서 부담해야하는 지역보험료가 오를 수 있습니다. 퇴직하고 소득이 없을 경우, 지역보험료는 주택, 건물, 토지, 자동차 등의 재산 규모에 따라 부과됩니다. 소득은 없는데, 재산이 많다면, 건강보험료가 꽤 오를 수도 있습니다. 지역보험료 모의 계산기

갑작스런 보험료 인상으로 부담스러운 분들을 위한 좋은 제도가 있습니다. 바로 임의계속가입 제도입니다. 퇴직, 퇴사한 사람들에게 자동으로 안내가 나오는 것이 아니므로, 본인이 찾아서 꼭 신청해야 합니다! 

임의계속가입제도 일러스트 이미지
퇴직자는 건강보험료 임의계속가입 제도를 잘 활용하면,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임의계속가입 제도란 무엇인가?


임의계속가입 제도는 실업자에 대한 건강보험료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입니다. 예전에 직장에서 내던 건강보험료보다 새롭게 내야 할 지역보험료가 더 높다면, (즉, 직장 건강보험료 < 지역 건강보험료라면) 예전에 직장에서 내던 보험료만 내도록, 마치 직장 가입 기간을 계속 연장시켜주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신청 기한


이게 중요합니다! 퇴직 후에 지역가입자 보험료를 고지받은 후, 그 납부기한에서 2개월이 지나기 전까지 신청해야 합니다. 대략 퇴직 후 1개월 이내에 지역가입자 보험료 고지서가 나오고, 납부 기한이 1개월 정도 된다고 하면, 최대로 길게 잡아서 퇴직 후 대략 4개월 이내에 신청하지 않으면, 완전히 날아갑니다.

신청 방법

가까운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를 찾아보세요.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지역은 구 단위에 하나 정도, 다른 지역은 시에 하나 정도 지사가 있습니다. 지사에 방문하셔서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로 임계속가입을 신청하겠다고 말씀하시면 안내해줄 것입니다. 그동안 냈던 직장 건강보험료와 지역 건강보험료를 비교해볼 수 있고, 그동안 지역보험료를 낸 것도 다시 재정산도 가능합니다. 우편, 팩스 등으로 신청 가능하지만, 방문해서 정확히 확인하고 안내받는 것이 더 쉬운 방법인 것 같습니다.

신청 자격 요건


퇴직 전 직장 가입 기간이 18개월동안, 통산 1년이 넘어야 합니다. 즉, 마지막 퇴직 이전에 몇 군데 직장을 옮기면서 중간에 공백 기간이 있는 경우, 마지막 18개월 중에 1년은 넘게 직장가입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직장인이라면 다 이 범주 안에 들어올 것입니다. 

임의계속가입 유지 기간


가입자의 자격 변동이 없다면, 임의계속가입은 퇴직일로부터 최대 36개월까지 가능합니다. 

납부할 보험료


보험료 산정의 근거가 되는 보수월액(즉, 월 급여)은 보수월액 보험료가 산정된 최근 12개월간의 보수월액을 평균한 금액으로 합니다. 즉, 특별히 직장에서 1년간 급여 변동이 없었다면 마지막에 냈던 직장 보험료와 비슷한 금액의 보험료를 계속 내게 됩니다. 

2023-12-27

(나만의) 2023년 올해의 책

2023년에는 총 21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작년보다는 독서량이 조금 줄었습니다. 올해는 인생을 요동치게 만드는 큰 사건에 대한 여파로 하반기에는 집중해서 책을 보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반면에 당장 해결되지 않을 큰 짐과 난관이 올 때에, 책은 잠시나마 저만의 환상적인 메타버스를 제공해주고, 위안과 새로운 자극이 되었으며, 작은 희망을 가질 수 있게도 해주었습니다. 


2023년 올해의 책


올해의 책을 뽑으려면, 사실 시장 조사라도 광범위하게 해야 하고, 출판계의 흐름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야 하고, 또 독서량도 매우 많아야 하겠지요. 그러나, 저는 제가 오래 보았던 책 가운데, 인상 깊었고, 감동 받았고, 때로는 충격을 받았던 책들을 정리해봅니다. 연초에 읽었던 책들은 벌써 기억이 흐릿해지고 있네요ㅠㅠ.

소설/문학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배반』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배반』


올 초에는 저에게 가장 생경했던 책이라고 할 수 있는,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배반』을 보았습니다. 동아프리카의 작은 자치 국가인 잔지바르 출신의 학생이 영국에 유학가서, 조국에 불어닥친 혁명의 광풍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영국 사회의 온전한 일원이 되지도 못한 채, 과거의 이야기들을 풀어냅니다. 등장 인물들의 이름, 지명도 낯설고, 아프리카의 문화적, 시대적 배경을 잘 모르다보니,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다 생소했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잘 그려진 이야기는 대한민국의 한 독자에게도 진한 감동과 재미를 주었습니다.

아버지의 장례식에 온 온갖 사람들의 기억과 이야기를 토대로 아버지의 삶을 웃프게 소환해낸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제가 유일하게 종이책을 서점에서 구해서 보았습니다. 

이영서 작가의 아름다운 문장과 그림이 빛나는 『책과 노니는 집』은 아이가 학교 과제로 읽던 아동 문학이었습니다. 

김진영의 『마당이 있는 집』은 괴로운 현실에서 상상의 세계로 도피하고 싶을 때 제가 찾은 스릴러 소설이었습니다. 스릴러 이상의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주었습니다. 

올해 마지막 소설은 백수린 작가의 『눈부신 안부』였습니다. 섬세하고 인간적인 이야기가 아름다운 문장에 담겨 있는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인데, 사실 마지막에 예상치 못했던 반전(?)도 있어서, 더 여운을 길게 남겼습니다. 

경제/경영

김정인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국경제사』
김정인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국경제사』


올해는 "경제" 관련 책들을 몇 권 보았습니다. KBS 서영민 기자가 쓴 『거대한 충격 이후의 세계』는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의 큰 변화와 사건들의 연결 고리를 심도있게 분석해서 이해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대한 배려와 대책도 잊지 않은 수작이었습니다. 

김정인 작가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국경제사』는 역사책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손을 떼기 어려운 한국의 경제 흑역사입니다. 오늘날 뒤돌아보면, 우리 나라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왜, 어떻게 일어났었고, 그것이 경제적으로,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명쾌하게 풀어냈습니다. 

박종훈 기자의 『자이언트 임팩트』도 전 세계 거시경제의 흐름을 세계사적인 맥락과 정치/사회적인 배경과 함께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올해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세이노의 가르침』이 이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지 좀 애매하긴 한데, 상당히 충격적으로 보았던 책이었습니다. 흔한 자기계발 서적에서는 공통적으로 "긍정적"인 마음과 시각으로 삶을 살아가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식의 서사가 있습니다. 세이노의 가르침은 그런 이야기와는 전혀 다르게, 자수성가한 노인의 경험을 날 것으로 풀어낸 흔하지 않은 자기계발 서적이었습니다. 

인문/과학

하영원의 『결정하는 뇌』
하영원의 『결정하는 뇌』


경영학 교수 하영원의 『결정하는 뇌』는 경영학이나 사회심리학의 의사결정 이론을 한 학기 과정으로 개설했을 때 쓸만한 교과서에 가까웠습니다. 흥미로운 내용들이 쉬지 않고 나오기때문에 밑줄을 긋고, 하이라이트를 한다면 온전한 페이지가 남아있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또 교과서이기 때문에 항상 옆에 놓고 참고하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유시민 작가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는 과학도 이렇게 쉽고 친근하게 풀어내는 유시민 작가의 글솜씨와,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 대한 작가의 학습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이 책에서 얻은 과학과 수학에 대한 호기심을 원동력 삼아, 폴 굿윈의 『숫자는 어떻게 생각을 바꾸는가』를 보았습니다. 정통 수학책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많은 숫자와 통계를 접하는 현대인들이 숫자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또 인간이 숫자에 왜 이렇게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다음 책

한 권의 책이 끝나면, 다음 책으로 무엇을 볼까 고민하면서 탐색하고 방황하는 시간이 꽤 길어질 때도 있습니다. 한편으론, 다음에 봐야 할 책들이 대기 목록에 올라와 있기도 합니다. 어떤 책이 대기 목록에 올라오는 경로가 몇 가지 있습니다. 

라디오에서 소개/추천해주는 것

저는 KBS 1 라디오를 많이 듣습니다. 운전할 때, 이동할 때, 그리고 집에서 집안일 할 때, 홍사훈의 경제 쇼, 김태훈의 시대음감, 생방송 주말 저녁입니다, 최경영의 최강 시사, 이대호의 성공 예감, 강원국의 지금 이 사람, 주진우 라이브 등을 즐겨 들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정권의 방송 장악 작전에 의해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아픔도 있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별도의 책 소개 코너가 있거나, 아니면 화제가 되는 작가의 인터뷰가 나오기도 합니다. 가만히 인터뷰를 듣고 있다가 이 사람이 누구지? 라고 사람에 관심이 생기고, 이어서 그 사람이 쓴 책에 관심이 가게 되기도 합니다. 신뢰할 만한 사람이 소개해주거나, 또는 작가의 인터뷰를 들어보니 참 괜찮다 싶은 경우, 다음에 읽어봐야겠구나 생각이 듭니다. 

같은 작가의 다른 책

좋은 책을 읽고 나면, 이 사람이 쓴 다른 책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갑니다. 그렇게 해서 관심이 생긴 작가는 김승섭, 유현준, 애덤 그랜트, 문유석, 유시민, 박웅현 등이 있습니다. 

참고 문헌

작가들은 책 한 권을 쓰기 위해서 수백 권의 참고 도서를 본다고 합니다. 그 참고 도서 중에 내가 관심이 가는 책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음 책을 고르기도 합니다. 

책 광고/카드 뉴스

포털 사이트나 신문사 사이트에 책 소개가 나오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단순히 텍스트로 책 소개가 나오기도 하지만, 광고인지 기사인지 모를 만화나 카드 뉴스로 나오기도 합니다. 간혹 이런 카드 뉴스를 보고, 그 책을 꼭 읽어보고 싶은 경우가 생깁니다. 

가용성

제가 보는 책의 90% 이상은 전자책입니다. 전자책 디바이스는 스마트폰입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휴대하고 다니는 유비쿼티와 극강의 접근성 때문에, 태블릿, PC, 전자책 전용 기기가 대체할 수 없는 편리함을 줍니다. 그리고 읽는 책의 90% 이상은 전자 도서관에서 빌려서 봅니다. 이렇게 전자책과 도서관이라는 두 집합의 교집합에 들어오는 책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교집합 안에서 열심히 뒤져서 다음 책을 고르는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2024년에 보고 싶은 책

여러 경로에서 얻은 내용을 바탕으로, 내년에 보고 싶은 책들을 몇 개 골라놓았습니다. 

김승섭의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김승섭의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안나의 집을 운영하는 김하종 신부의 『사랑이 밥 먹여준다』는 책은 강원국의 지금 이 사람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알게 되어서, 목록에 올려놓았습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는 김승섭 교수의 새 책이기 때문에 믿고 대기 리스트에 올립니다. 얀-베르너 뮐러의 『민주주의 공부』는 퇴행하는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아이디어를 줄 것이라고 기대하며 읽을 목록에 올렸습니다. 『오리지널스』에서 깊은 인사이트를 주었던 애덤 그랜트 교수의 『기브 앤 테이크』는 오래 전부터 읽을 책 상위 목록에 있었는데, 가용성의 범위에 아직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광풍을 일으키며 이미 엄청난 시장을 생성한 생성형 AI 툴들을 정리해놓은 백과사전이랄 수 있는 김덕진 소장의 『AI 2024』를 읽어보려고 합니다.

2023-12-16

이모들의 다정한 마음이 전해지는, 백수린 작가의 《눈부신 안부》

배수린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

우리말 가운데 "이모"라는 단어가 주는 친근함을 과연 외국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소위 "파독 간호사"로 독일에 가서 젊은 시절을 낯선 땅에서 보내며 살아왔던 이모들의 이야기가, 누구의 마음도 다치지 않게 하려는 듯 선의의 거짓말처럼 세심하게 펼쳐진다. 처음에는 불의의 사고로 언니를 잃어버렸던 어린 시절 주인공 해미의 눈으로, 나중에는 해미가 자라면서 조금씩 성숙해진 시각으로 다시 바라본 주인공과 이모들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마치 커다란 유화를 돋보기를 대고 조금씩 조금씩 살펴보자, 저쪽 한편에서는 알지 못했던 색깔과 질감을 다른 한편에서 발견하면서 풍성함을 얻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게으른 사람들은 자기가 알지 못하는 걸 배우려고 하는 대신 자기가 아는 단 한 가지 색깔로 모르는 것까지 똑같이 칠해버리려 하거든.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는 지극한 정성과 수고가 필요하니까.

지극한 정성과 수고는 곧 사랑이며 배려이다. 해미의 친구 레나, 한수가 선자 이모의 첫사랑을 찾아주려는 노력도 인간에 대한 사랑과 배려이다.

나는 유리병에 담아 대 대서양에 띄우는 마음으로 이 편지를 네게 보낸다. 나를 위해 너의 편지를 전해준 아이들의 마음이 나를 며칠 더 살 수 있게 했듯이. 다정한 마음이 몇 번이고 우리를 구원할 테니까.

다정한 마음은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억누르면서도 눈부신 독일의 햇살에 감탄했던 선자 이모에게도, 그리고 사고로 가족을 잃은 주인공에게도, 선자 이모의 첫사랑 K.H.에게도,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안부를 걱정해주며 위로해준다.

내 삶을 돌아보며 더이상 후회하지 않아. 나는 내 마음이 이끄는 길을 따랐으니까. 그 외롭고 고통스러운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자긍심이 있는 한 내가 겪은 무수한 실패와 좌절마저도 온전한 나의 것이니까.

2023-12-05

숫자는 어떻게 생각을 바꾸는가. 숫자를 이용하는 것은 결국, 인간!

제가 초기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게 들어서, 항상 마음에 새기고 살았던 조언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그 중에 하나는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측정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

무엇이든 정량화하고, 순위를 매기고, 척도를 만들고, 범주를 나눔으로써 소통이 쉬워지고, 애매모호한 것이 명확해지고, 취약점이 드러나고, 데이터에 기반한 정당한 의사 결정이 이루어진다고 믿어왔습니다. 그런 맹목적인 "수(number)"에 대한 권위 부여는, 숫자가 빠진 의사 소통에 대해서는 객관적이지 않고, 비과학적이며, 확실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게 만듭니다. 통계학자인 폴 굿윈의 《숫자는 어떻게 생각을 바꾸는가》에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숫자와 관련된 우리의 실수를 짚어줍니다.

숫자는 어떻게 생각을 바꾸는가: 데이터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폴 굿윈 지음. 신솔잎 번역
숫자는 어떻게 생각을 바꾸는가: 데이터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폴 굿윈 지음. 신솔잎 번역

전반부에서는 숫자가 잘못 쓰이거나 지나치게 강조되어 현실을 왜곡할 가능성에 대해 다룹니다. 숫자, 지표, 측정치를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이것을 발표하고, 공유하고, 읽고, 해석하고, 의사결정하는 것도 사람이기 때문에 그 모든 과정에서 왜곡과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일이 열거하기에는 정말 많은 역사적 에피소드와 현실 사례들이 나옵니다. 후반부에서는 정확하고 정직한 숫자가 제시되어도, 그것을 놓치고, 외면하고, 무시하게 되는 이유와 위험에 대해 다룹니다. 

1장에서는 순위에 대해 다룹니다. 입학, 졸업, 입사, 성과 평가, 입찰, 선거, 오디션, 베스트셀러 선정, 올해의 배우 등 우리는 순위에 의해 희비가 엇갈리는 많은 사건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과연 이것을 순위로 매기는 것이 타당한가? 라는 의문이 생기는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케네스 애로우의 불가능성 정리(impossibility theorem)였습니다. 세 개 이상의 서로 다른 대안이 있을 때, 투표권을 가진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선호 순위를 잘 반영하는 투표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한 것입니다. 특히 여러 가지 지표를 종합한 종합 순위를 매기고, 그것을 정말 중대한 곳에 활용하는 것의 문제점이 잘 나와 있습니다. 그런 종합 순위 대신에 왜곡의 가능성이 적은 개별 척도(hot indicator)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2장에서는 프록시 지표에 대해 다룹니다. 우리가 어떤 것을 직접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울 때, 대상의 속성을 반영할 것으로 보이는 간접적인 측정치를 프록시 지표라고 합니다. 프록시 자체의 타당성도 문제이지만, 지표 자체가 목표가 되어 부정적인 결과를 나을 수 있다는 것이 굿하트의 법칙(Goodhart's law)입니다. 폭스바겐은 배기가스 배출 기준이라는 지표만을 만족시키기 위해, 극단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조작하는 부정까지 저지르게 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프록시 지표로서 오랫동안 확고한 지위를 누려온 국내 총생산(GDP), 지능지수(IQ)에 대한 문제점, 오용된 사례들도 나옵니다.

3장에서는 대표성(representativeness) 문제를 다룹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평균"이라는 대표값은 사실 집단 구성원 누구도 대변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평균값을 근거로 집단의 특성을 간편하게 특징짓고, 유형화(stereotype)하는 것의 위험을 이야기합니다. 2018년에 보았던 토드 로즈의 《평균의 종말》이라는 책이 떠올랐습니다. 전투기 좌석을 설계할 때, 모든 조종사들의 평균 체형을 고려하여 만든 결과, 어떤 조종사에게도 맞지 않은 좌석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쨌든, 복잡하고 다면적이고, 개별적인 개체들을 단 하나의 대표값으로 단순화해서 의사소통할 때에는 항상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평균의 종말: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 토드 로즈 지음
함께 읽으면 좋은 책. 평균의 종말

4장에서는 범주화(categorization)와 경계(border, boundary)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논문을 쓸 때, 연구자들은 통계적인 유의 수준(significant level)으로 피셔가 제안한 0.01 또는 0.05를 많이 사용합니다. 그래서 영가설이 참일 때, 이런 실험 결과가 나올 확률은 5%나 1%보다 낮으니, 영가설을 기각한다라는 논리를 사용합니다. 저도 논문 쓸 때, 유의미한 극단적인 확률값이 나오면, "별이 떴다!"라고 하면서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 5%, 1%라는 기준은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그리고 임의의 경계선 안에 들어가기 위해 합법적이거나 편법적인 방법으로 데이터를 조작하고 싶은 유혹에 쉽게 빠집니다. 89.5로 B 학점을 받은 사람과 90점으로 A학점을 받은 사람은 완전히 다른 범주로 분류되고 큰 차이로 지각되지만, 99점을 받은 사람과 90점으로 A를 받은 사람은 같은 범주로 묶이게 됩니다.

5장에서는 특이하게 라이프트래커, 라이프로깅 이야기가 나옵니다. 스마트워치와 같이 24시간 나와 함께 하는 디바이스의 등장으로 나의 많은 신체 활동과 상태를 숫자로 기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숫자들이 나의 다채롭고 복잡한 삶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6장에서는 여론 조사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론 조사는 원칙적으로 무작위 샘플링을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질문 상황, 답변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오염과 왜곡이 생깁니다. 보통은 조사 기관에서 밝히는 오차 범위보다 훨씬 큰 오차 범위를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론에서는 사소하게 발생할 수 변화에 대해 과도한 서사를 붙여서 여론을 왜곡하거나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언더독 효과, 밴드왜건 효과, 헤딩(herding) 효과 등 여론 조사 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는 심리사회적인 기제들도 많습니다.

7장은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하는 행복도, 삶의 질, 고통의 정도 등의 지표에 대해 다룹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1위부터 후순위에 있는 나라까지 발표되면, 각 나라 정부와 정치인들은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순위를 해석하고, 정책을 세우게 됩니다. 그런데 과연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응답자들은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고는 있었던 것일까요? 순간적인 다른 변수에 의해 응답이 매우 달라질 수도 있는 불안정하고 불분명한 것에 대해 현미경을 들이대어, 소수 세째 자리로 갈리는 행복도 순위는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오픈AI의 이사진들이 지향했었다는 (피터 싱어의) 효율적 이타주의의 이야기도 잠깐 나옵니다.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과 같은 이타주의를 실행하는 데에 있어서도 정량화된 지표에 기반해서,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가 큰 곳에 기부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효율성을 타당하게 어떻게 정량화하느냐 문제가 제기됩니다.

8장은 많은 사람들이 무시하고 있는, 사전 확률에 대한 고려를 이야기합니다. 즉, 베이즈 정리(Bayes' theorem) 이야기입니다. 검사의 오류(presecutor's fallacy) 이야기를 보니, 잘못된 확률 판단으로 인해 유무죄를 판단하는 형사법정에서는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판결이 나올 수도 있더군요. 코로나19 백신의 효과, 음주 운전자의 식별, 범죄 용의자나 테러리스트의 식별, 거짓말 탐지기의 효과와 같이 매우 민감하고, 치명적인 곳에서 기저 확률을 고려하지 않은 확률 판단에 오류가 생길 경우, 그 여파는 심각할 수 있습니다.

9장에서는 정확한 숫자가 제시되어도 우리의 기존 신념에 반하는 경우, 왜 우리는 그것을 종종 무시하고 받아들이지 않는지를 다룹니다. 수학적으로 말하면, 사전 확률을 0 또는 1로 놓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어도, 우리의 믿음을 바꿀 수 없게 됩니다. 이것은 교육 수준이 높거나 과학적인 사고를 훈련받은 사람들에게서도 발견되어 노벨병(Nobel disease)라고도 불립니다. 또, 역화 효과(backfire effect)는 기존 믿음을 반박하는 사실(예: 이라크에 대량 살상 무기가 없었다!)이 나와도, 기존 믿음이 오히려 더 견고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때로는 집단이 객관적인 정보를 무시하고, 집단 사고(group thinking)에 빠질 경우, 케네디 대통령의 쿠바 피그스만 침공과 같은 역사적인 사건에서 보듯이 극단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부산 엑스포 유치에 대한 과장된 기대와 유치 실패의 원인을 집단사고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10장에서는 과장된 공포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러 가지 지표들은 현대 사회가 옛날보다 나아졌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미디어에서 주목하는 것은 낮은 확률이지만 극적으로 보이는 비행기 사고, 끔찍한 흉악 범죄들입니다. 공포를 조장해 이득을 보는 세력들과, 부정적인 뉴스에 더 주의를 쏟게 되는 우리의 뇌가 함께 작용하여 세상이 점점 더 험악해지고, 미래는 더 어둡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공포 마케팅은 언론, 기업, 종교, 선동적인 정치인들이 즐겨 사용하여, 때로는 잘못된 투표 결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니 정확한 숫자와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런 메시지가 나오게 된 동기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11장에서는 통계적 사고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의심스런 통계치나 숫자를 대할 때에 직관적이고 즉각적인 판단(시스템 1 사고)과 함께, 느리고 깊게 생각해보는 시스템 2 사고를 병행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정보가 한결같이 편향되어 있어도, 일관성이 있고, 명쾌하게 일치할 때 우리는 타당하다는 착각(타당성 착각, illusion of validity)에 빠진다고 합니다.

어쩌다보니 책의 내용의 주요 부분을 인용 부호 없이 거의 인용, 요약해버렸습니다. 그만큼 곱씹어보고 싶은 내용이 정말 많았습니다. 이 책은 서점에서 "자연과학", 수학 관련 책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숫자가 많이 나오지 않고도 숫자 이야기를 쉽게 전해줍니다. 그리고 사실, 숫자를 만들고, 가공하고, 조작하고, 읽어들이고, 해석하고, 공유하고, 적용하는 인간의 특성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옵니다. 그런 면에서 훌륭한 심리학 서적입니다. 2023년을 시작할 때 서강대학교 하영원 교수의《결정하는 뇌》를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수많은 의사 결정(decision making)을 해야 하는 우리 인간은, 매우 많은 실수를 하고, 합리적이지 않고, 편향에 휘둘린 결정을 합니다.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숫자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제한적인 특성을 이해하고, 또 드러난 숫자 뒤에 숨겨진 숫자와 의도, 의미를 파악하려고 더 노력하면, 조금은 더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결정하는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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