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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7

자동차 대신 자전거, TV 대신 라디오

자전거를 사고 나서 며칠이 지났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삶이 더 상쾌해졌다. 주말에는 자전거를 몰고 시내 구석구석을 돌아다녔고, 그러다가 은계동 성당을 찾게 되어 주일 미사에 갈 수 있게 되었다. 밤에는 자전거를 몰고 시청앞을 빙글빙글 돌다가 야외에 시민들을 위해 놓여진 운동 기구를 발견하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며 재미삼아 모든 운동 기구를 한 번씩 다 해보았다. 자전거가 있어서 움직이는 반경이 더 커졌다. 물론 자동차가 있었다면 비교할 수 없을만큼 더 움직이는 무대가 넓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전거로 움직이는 것이 훨씬 평화롭게 느껴진다. 다행히 요즘 저녁은 아주 선선해서 자전거 타기에 그만이다. 얼마나 계속될지 모르겠지만 자전거로 인한 삶의 작은 변화가 즐겁게 느껴진다.

서울에서 이사오면서 두 가지 없어진 것이 있다. 하나는 집전화, 하나는 TV이다. 휴대전화보단 집전화가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은데, 회사원으로 휴대전화를 없앨 수는 없다. 그래서 그냥 휴대전화로 버텨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역시 지난달 휴대전화 요금이 확 올랐다. 음... 어떤게 더 나은지 아직 잘 모르겠다. TV 없이 지낸지는 이제 한 달 반 정도 되어간다. 처음에는 좀 심심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쾌적하게 느껴진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아주 "나이스"이다. 한 가지 적신호는 TV 대신 인터넷과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이다. 아무튼 아침에 라디오를 들으며 출근 준비를 하고, 저녁에 라디오의 음악을 들으며 생각에 잠긴다. 이것이 아침에 TV로 세상의 안 좋은 소식 찡그리며 보는 것과 저녁에 멍하게 TV 채널을 끝없이 돌리는 것보다 훨씬 낭만적이고 분위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