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보험 상품을 팔러 나에게 온 사람이 있었다. 상당히 매력적인 상품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자꾸 가까이에서 마스크를 대충 쓰거나, 내리고 이야기하는 것이 나는 위협적으로 느껴졌고, 고객을 똥같이 생각한다고 느껴졌다. 물론 그런 사람에게서는 상품을 구매하지 않았다.
확률적으로 내가 감염되었을 가능성, 또는 같은 공간을 쓰는 내 옆에 있는 동료가 감염되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우리 나라 인구 5천만 중에 하루 5백명씩 신규 감염자가 나온다고 하면 고작 10만명 중 1명 꼴이다. 그런 적은 수의 일일 신규 확진자들 가운데 설마 나는 들어가지 않겠지라는 생각은 한편 아주 합리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드물고 드물지만 만에 하나 내가 감염자인데 마스크를 쓰지 않아 생길 수 있는 주변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답답하고 덥고, 냄새나는 마스크를 하루 종일 쓰고 있는 것이다.
나는 사람에 대해 쉽게 판단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이다. 그런데 요즘에 나만의 휴리스틱이 생겼다. 바로 마스크를 잘 쓰는 사람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다. 마스크는 상대방이 혹시 감염자일 경우 나를 지키는 수단이라기보다, 내가 혹시 감염자일 경우, 상대방을 지키는 수단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마스크를 잘 안 쓰는 사람들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으로 간주한다. 지하철, 버스와 같은 공간에서 이야기가 아니다. 일상적인 사무실, 밥 먹는 식당 등에서 주로 차이가 난다.
나는 마스크를 잘 안 쓰는 주변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마스크를 잘 안 쓰는 주변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 상대방을 배려할 줄 모르는구나!
- 매사에 철저하지 못하구나!
- 예의가 없구나!
- 공동체와 규칙을 존중하지 않는구나!
- 옆에 있는 사람(특히 그 사람이 자기보다 직급, 지위, 사회적인 위치가 낮다고 생각하는 경우)을 무시하는구나!
- 매사가 대충대충이구나!
- 본인은 항상 옳고, 틀릴 일이 없고, 깨끗하다는 오만에 빠져 있구나!
- 모든 안 좋은 일에서 본인은 특수한 예외라는 착각에 빠져 있구나!
- 매사에 철저하구나!
- 공동체와 규범을 존중하는 사람이구나!
- 다른 일에도 철두철미하겠구나!
- 지위가 높거나, 낮거나 옆에 있는 사람을 똑같이 배려하고 존중하는구나!
- 나도 예외가 아니고, 나도 틀릴 수 있고, 나도 똑같이 감염자일 수 있고, 나도 똑같이 더러울 수 있다는 유연한 생각을 하는구나!
마스크 하나 가지고 너무 많이 나갔나? 그런 것 같긴 하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사람들 중에 매체에 등장할 때마다 절대 마스크를 벗지 않고 인터뷰하고, 발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본인이 발표자일 때는 마스크를 벗는 게 발표자에게 주어지는 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방역 수칙은 포스터에나 나오는 것이고, 자기는 절대 감염자일 리 없으니, 5인 이상이고 뭐고 가볍게 무시하다 딱 걸린 사람들,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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