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운영하는 학원의 그랜드 피아노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여러 가지 음량 감소 방법을 알아보았다. 좋은 피아노일 수록 쨍쨍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고, 깊고 맑은 소리가 나는데, 그런 소리를 기대하기에는 어려운 피아노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정제된, 그리고 단정한 소리를 얻을까 고민하였다.
가장 간단하게는 윗뚜껑(리드)을 덮는다. 가장 확실한 방법인데, 보면대를 피아노 안쪽에 설치해야 하는 경우, 어쩔 수 없이 윗뚜껑을 열어야 한다. 뚜껑을 덮고 보면대를 설치하면 보면대가 너무 높아져서 키가 작은 사람들이 악보를 보는 데에 어려움이 생긴다.
바닥에 매트를 까는 방법이 있다. 바닥에 양탄자를 깔았는데, 그랜드 피아노는 향판이 아래쪽에 있으므로, 아래로 내려가는 소리가 단단한 바닥에 난반사되는 소리를 조금 잡아줄 수 있다. 그런데 바닥에 양탄자를 깔면 먼지와 때를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피아노 바퀴에 진동을 흡수하는 고정 받침대, 소위 말하는 insulated caster를 설치하는 방법이 있다. 피아노 내부 진동이 바퀴를 통해 바닥면에 퍼지는 것을 줄여 주는 것이다. 이것은 아랫집에서 피아노 소리가 시끄럽다고 할 경우에 밑으로 퍼져나가는 소리를 어느 정도 잡아줄 수 있다고 하는데, 연주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다시 말해 연주자가 느끼는 음량 감소는 거의 없다.
해머와 현 사이에 머플러를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 이 방법도 상당한 음량 감소를 가져오지만, 해머가 현을 직접 치는 것과 가운데 천이 있는 것과는 터치감과 음색에 치명적인 변화를 가져오므로 썩 내키지 않는 방법이다. 업라이트 피아노의 경우 가운데 약음 페달이 따로 있지만, 그랜드 피아노는 그렇지 않으므로, 따로 설치를 할 수 있다.
현 위에다 천을 덮는 방법도 있다. 이것은 간단하게 얇은 이불이나 천을 현 위에 살짝 덮어주는 방법인데, 소음 감소는 상당히 된다. 그러나 역시 음색의 변화를 가져온다. 피아노 소리가 조금 더 멜로우(mellow)해지는데, 음색의 변화는 필수적으로 피아노 연주시 연주자가 터치하는 방법에 변화를 가져오므로 썩 유쾌한 상황이 안 된다.
사일런트 모듈을 다는 방법도 있다. 이것은 해머가 현을 때리지 못하게 지지대가 잡고, 전자적인 센서가 터치를 감지하여 부가적으로 장착한 미디 음원에서 소리를 대신 내주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본래의 목적인 쨍쨍거리는 소리를 잡아주는 목적과는 다른 방향으로 너무 흘러간 것 같다. 헤드폰을 쓸 수도 있고, 디지털과 어쿠스틱 피아노를 함께 사용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나름 장점이 있지만, 우리의 목적에는 잘 안 맞았다. 요즘 디지털 피아노의 경우, 보통 1번 패치인 그랜드 피아노 사운드에 온갖 기술을 다 쏟아부어, 엄청나게 큰 샘플링 사이즈가 배정된다. 통상 야마하, 커즈와일, 카와이, 코르그 등 하드웨어 업체 뿐 아니라 Synthogy등 가상악기로 피아노를 만드는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피아노 사운드를 개선하기 위해 대부분의 자원을 쏟는다. 또는 완전히 피지컬 모델링(physical modelling) 방식으로 피아노의 온갖 변수를 고려하여 시뮬레이션한 사운드를 내주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대표 주자로는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롤랜드의 상위 기종(V-Piano나 LX 시리즈)이나 피아노텍(Pianoteq) 등이 있는데, 샘플링 음색보다 다이나믹 레인지가 상당히 넓은 게 특징이다. 그런 반면, 사일런트 모듈들은 피아노 사운드가 그리 만족스러운 경우가 흔치 않은 것 같다.
좀 돈이 들고 번거롭긴 하지만, 쓸데없는 잔향을 제거하고 정숙한 소리를 얻기 위해서는 방에 방음/흡음 공사를 하는 방법이 있다. 이 때에도 외부에 음이 세어나가지 않는 목적의 방음인지, 또는 내부에서 잔향을 줄이고 정갈한 소리를 얻기 위한 흡음이 목적인지에 따라 조금 다른 재료의 방음/흡음 공사를 해야 한다.
국내 한 업체(오케이피아노)가 광고하는 방법으로 밑으로 향해 있는 그랜드 피아노의 향판을 덮는 방법이 있다. 업라이트 피아노는 향판이 뒷쪽에 있으므로, 향판을 막는 것이 비교적 쉽다. 적당한 흡음재를 사서 뒤쪽을 대충 막거나, 또는 흡음재로 대고 벽에 피아노를 붙여버려도 된다. 그런데 그랜드 피아노의 향판을 덮기 위해서는 접착제를 쓰거나, 양면 테이프를 쓰거나, 못질을 해야 한다. 그리고 향판을 막는다고 해도, 피아노 윗쪽으로 나오는 소리를 효과적으로 잡지 못한다.
우선 벽면에 흡음재(7번 방법)를 붙여 보았다. 한쪽은 조금 두껍고 부드러워 흡음 효과가 조금 더 뛰어나다고 하는 폴리에스테르 흡음재를 붙였다. 소재가 가벼워서 글루건을 적당히 바르고 붙여도 되고, 실리콘을 발라 붙여도 된다. 붙이는 것은 매우 쉬운데, 어려운 것은 자르는 것이다. 아무리 자를 대고 반듯하게 자르려고 해도, 반듯하게 잘라지지가 않았고, 자를 때 먼지도 꽤 많이 나왔다. 다른 한 쪽은 소위 아트보드라고 좀 더 압축된 폴리에스테를 판을 붙였다. 이것은 무게가 좀 나가므로 타카로 박아주거나 실리콘을 사용해서 붙여야 한다. 글루건에서 쏘는 글루만으로는 좀 약한 것 같았다. 또 다른 면에는 방염 폴리계란판을 붙였는데, 이것도 가벼워서 붙이기는 매우 쉽다. 다만, 가볍고 부드러운 것들은 역시 자르기가 힘들다. 몇 가지 조건에서 약식으로 실험해본 바로는 흡음 효과는 폴리 계란판이 제일 좋고, 그 다음이 일반 흡음재, 마지막이 압축된 아트보드 순이었다. 그러나 시각적으로 가장 좋은 것은 아트보드, 일반 흡음재, 그리고 마지막이 계란판이다. 계란판 모양은 무슨 색을 넣어도 예쁘지가 않았다. 그러나 업라이트 피아노가 있는 방이라면 향판 뒷쪽 벽면에 계란판을 붙여주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그래도 그랜드 피아노 소리가 불만스럽다. 그래서 오늘 오케이피아노에 부탁해서 피아노 조율을 하고, 그랜드 피아노 밑바닥을 막았다 (8번 방법). 그리고 하는 김에 바퀴에 절연 받침대도 설치했다. 그리고는 짠, 잔뜩 기대를 하고 피아노를 쳐보았는데... 결과는 대실망이다. 오케이피아노 쇼핑몰에 소비자가 솔직한 사용 후기를 다는 곳이 마땅치 않아 블로그에 적어본다.
우선, 대부분의 중소 업체들이 왜 세금계산서나 카드 결제 해달라고 하면, 가격을 올린다. 거꾸로 말하면, 거래의 증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매출을 누락시키고, 세금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율비가 10만원인데 카드 결제나 현금 영수증, 세금계산서 되냐고 했더니 곤란해한다. 그리고 10%를 추가로 더 내라고 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10%를 더 주었다. 오신 조율사분은 매우 친절하긴 했지만, 조율의 질은 별로였다. 조율이라는 것이 단순 튜닝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음의 밸런스를 잡아주고, 음색과 터치의 상관관계 등도 약간 조정해주는 것이어야 하는데, 정말 정말 단순 튜닝 그 이상이 아니었다. 피아노 밑에 설치된 방음판과 바퀴에 설치한 절연 받침대의 효과는 정말 의심스러웠다. 방음이 목적이 아니고, 깨끗하고 정제된 소리를 얻기 위한 목적이 더 컸는데, 방음도 거의 안 되었고, 피아노 소리는 여전히 시끄럽고 쨍쨍거렸다.
지금까지의 잠정 결론이다. 그랜드 피아노 소리가 시끄럽고 쨍쨍거린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좀 더 크고 좋은 피아노로 바꾸는 것이다. 두 번째는 방에 방음/흡음 공사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쨍쨍거리는 소리가 조금은 준다. 세 번째, 그냥 뚜껑을 덮는다. 그래도 시끄러우면, 이불 하나 구해서 현을 덮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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