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버스 안에서 영화 "만남의 광장"을 틀어줘서 잠깐 보았다. 삼청교육대에서 탈출한 임창정이 어느 시골 마을의 선생님으로 순식간에 변하는 순간을 보았다. 내 주변에서 흔히 생기는 커뮤니케이션의 오류이다. 남의 말을 끝까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듣지 않으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오류가 생긴다. 유독 그런 사람들이 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면, 다 안다는 듯이 중간에 싹뚝 잘라버리는 사람들. 문제는 말을 자르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완전히 화자의 의도를 오해하고 있는데, 그 이후에는 듣는 사람 마음대로 상상까지 덧붙여서 복구 불능의 상태로 넘겨짚는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매우 피곤하다. 그 이후에는 무슨 말을 해도, 자신이 이미 잘못 생성한 틀에 맞추어서 끼워넣어버리므로 사실상 진지하고 깊은 대화가 안 된다.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횡행하고, 권위주의가 강한 사회나 조직에서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상사는 이런 방식으로 대화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한편으로 이런 사람은 속이기도 쉽다. 앞에 몇 단어만 키워드로 던지면, 뒤에 서술어는 듣기도 전에 마음대로 들은 단어를 조합해 자신만의 결론을 내려버린다. 그러므로 의도적으로 키워드 몇 개를 던지면, 그 사람은 절대 더 이상 자세히 알아보려고 하지 않고, 자기가 조합한 단어를 내가 말한 것처럼 재단해버린다. 임창정을 선생님이라고 단정한 임현식에게 임창정이 선생님이 아니라는 몇 번의 암시를 주어도 다 무시해버리는 것처럼.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은 정말 중요한 사회적인 기술이고 매우 달성하기 어려운, 훌륭한 인간의 덕목이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말을 자르게 된다. 그리고 말을 건성으로 듣게 된다. "삼청대학교 교육대"라는 놀라운 사실을 가공해낸 마을 이장 임현식을 보고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영화에서는 웃기는 장면이지만, 일상 생활에서 이런 오류로 인해 대화가 되지 않는 경험을 많이 해보면 정말 속이 답답해진다. 한 박자만 천천히, 상대방의 말을 다 듣고, 자기의 말을 했으면 좋겠다.
어제 신문사에 시나리오 집어넣었구요.(^^)
답글삭제제가 급한 성격이라, "누가 'A'하면 그 다음은 뭔데"하는 경향이 있어서, 조금 긴장되는데요.(ㅎㅎ)
그러게요. 정말 주위에서 특히 회사생활하면서 이런 일 자주 겪게 되는것 같아요.
답글삭제어떤 팀장은 끝까지 듣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한편
어떤 팀장은 중간에 싹뚝 잘라서 이래저래 말하는...
어제 만나뵐 수 있는줄 알았는데, 못뵈서 아쉽네요.
후니님이랑 오붓하게 그냥 술마셨답니다.
다음에 뵙게 되길 기대하겠습니다.
참! 다음주에 콱에서 뵙겠네요. ^^
being71님, 요즘 글 잘 쓰는 사람이 제일 부러워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고 있어요.
답글삭제성민장군님, 어제 후니님이랑 계셨다면 정말 근처에 계셨군요^^. 담주에 콱 모임에서 뵈요.
승식아 반갑다.
답글삭제우연히 널 웹상에서 만나보게 되었구나.
정식이는 잘 사니 한국 떠나는 날 미국가면 전화하겠다고 전화 한 통 날리고 가더니 통 연락이 없구나. 특이한 놈이지만 어찌 사는지 궁금하다. 내가 그런 놈이랑 어찌 그리 친하게 지냈었는지 모르겠다. 특이한 놈이야 잘 사는지 궁금하다고 연락 주라고 해라 아 넌 장가 아직도 안갔냐. 두식인 뭐하냐?
종덕
종덕이형, 진짜 오랜만이네요. 특이한(^^) 저희 형 연락처 알고 계세요? 제가 보내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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