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 중에 어떤 것을 더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라는 질문만큼 대답하기 어렵다. 요즘 밤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어렸을 때에 몇 번의 이사를 다니면서 기억에 남는 집이 두 곳이다. 하나는 마당과 화단과 우물이 있었던 산수2동 한옥집, 다른 하나는 마당은 넓지 않지만 무등산 밑에 있어서 산에 놀러가기 쉬웠던 산수3동 양옥집. 5분만 나가면 초등학교가 나온다. 그리고 한겨울 운동장에서 별을 관찰한다고 싸구려 망원경을 들고 나와 추위에 떨며 하늘을 쳐다봤다. 그래도 그게 가능했던 것은 그만큼 밤이 어두웠기 때문이다.
얼마전까지 살았던 방배동 집에서 조금 걸어나가면 조그마한 뒷산이 나오고, 굳이 산으로 가지 않더라도, 밤에 서늘한 바람에 날려 들어오는 풀냄새와 꽃냄새를 따라 걸을 수 있는 호젓한 산책길이 있었다. 그러다가 다리가 좀 아프면 그냥 길가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쉬거나, 벤치에 앉아 그냥 어두운 산, 깊고 어두운 하늘을 바라본다.
오산으로 이사오고 나서 한 가지 확실하게 나빠진 것은 밤이 너무 밝아졌다는 것이다. 방에 불을 꺼도 주변에서 들어오는 형형색색의 불빛이 너무 밝아 눈가리개를 하고 잔다. 나는 한낮의 밝은 햇빛을 좋아하는만큼, 한밤중에 진한 어두움도 좋아한다. 그 진한 어두움에 잠겼을 때에만 낮의 피곤함이 가시고, 시각적인 자극에 묻혀 들리지 않던 풀벌레 소리가 들리고, 몸도 마음도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전하진 않지만 시각적인 현란함에서 잠시 벗어나 주위의 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는 나만의 장소를 찾았다. 물론 벌써 앞반사판이 깨지는 상처를 입은 자전거 덕분에...^^
저는 요즘 대전 정부청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주말이라, 간만에 찾아들었는데.... 여전하십니다.(ㅎㅎ) 더위가 다 갔다면 좋겠습니다.(^^)
답글삭제저는 낮이 좋습니다.